서울 버스노조 임금 3.6% 인상 ..서울시, 수도권 통합으로 묶인
요금인상 거부… 수익금 못받아
준공영제로 매년 2000억~3000억..보조금, 지금보다 더 늘 수밖에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파업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한 뒤 서창수 노조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피정권 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부터) 등이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버스노사의 극적인 임금협상 타결로 버스대란 사태는 피했지만 재정부담 등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 시내버스는 전국 최고 수준의 대우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임금을 올려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경기도도 불가피한 선택을 이유로 결국 요금을 인상키로 결정했지만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때다! 임금 올린 서울버스 노조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버스노조는 전일 오후 3시부터 15일 새벽 2시30분까지 약 12시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임금 3.6% 인상, 정년 2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당초 서울 버스노조의 협상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큰 무리 없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이번 버스노조 파업의 의제는 52시간제 도입과 그에 따라 줄어드는 임금을 올리는 게 핵심이지만 서울 버스노조는 이미 주당 근로시간이 47.5시간, 평균 급여는 390만원으로 타 시·도 버스노조와 비교해 월등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 파업의 명분이 약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협상장에서는 서울시 버스노조가 오히려 버스노조들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와 인천 등이 비교적 쉽게 4~8%대의 임금인상을 쟁취하자 서울 노조도 급여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협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서울 버스노조가 80%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지만 요구조건을 강하게 밀어붙일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다른 노조들이 임금을 올리자 서울 버스노조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새벽 협상 과정에서 서울시까지 중재자로 나서 2.5% 수준의 임금인상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타 시·도의 인상 수준을 거론하며 결렬 직전까지 사태를 몰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다른 지역 버스노조들은 항상 서울을 기준으로 임금과 처우개선을 요구한다"며 "이번에 (서울이) 또 올렸기 때문에 향후 다른 시·도의 노조들에 파업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 부담만 가중되나
서울 버스노조의 임금이 3.6% 인상되면서 서울시가 부담할 재정투입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은 버스회사에서 발생하는 운영적자를 시가 메워주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를 통해 매년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버스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2915억원이다.
경기도는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인상키로 하면서 일단 노조의 파업은 막았지만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당장 서울로 통학·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비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경기도가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한 서울시는 요금 인상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 인천과 수도권 통합요금제로 묶인 경기도는 이번에 인상된 경기도의 버스요금 수입금을 서울, 인천과 나누지 않고 경기도가 회수하기로 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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