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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파국 면한 르노삼성, 신규 물량배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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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노사가 가까스로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가 요구한 배치전환 시 합의는 수용하지 않는 대신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노조는 오는 21일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르노삼성 노사가 생존을 담보로 한 벼랑 끝 대치를 타협으로 마무리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박수를 보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6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11개월 만에 이뤄진 지각 합의여서다. 노사가 장기간에 걸쳐 극심한 분규를 겪었다. 2019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해야 할 시기가 다 돼서야 겨우 2018년 임단협을 마쳤다. 너무 오래 끌었다.

세계 차산업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전기차·자율차 등장과 공유경제 확산 등으로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 간부는 지난 13일 한 토론회에서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생산량은 2020년 148만대에서 2030년 30만대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노사대립은 함께 죽는 길"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마저 자동차산업 위기론을 제기하겠는가. 르노삼성차는 노사가 힘을 합쳐도 난국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마당에 11개월 동안 62차례나 부분파업을 벌이며 장기투쟁을 이어간 노조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르노삼성차는 잠정 합의로 파국의 고비를 넘겼다. 그럼에도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다. 지난달 수출물량은 7545대로 지난해 4월(1만619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주력제품인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올 9월에 끝난다. 이대로는 물량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 물량배정을 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차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르노삼성차는 매출액 기준으로 부산지역 최대 기업이다. 이 회사가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생존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회사는 무너진 판매실적과 고객신뢰 회복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켜 분규로 흐트러진 회사 분위기를 새롭게 해야 한다. 노사가 상생의 정신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