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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미래車 성공조건

수소(H)와 헬륨(He)은 원소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1, 2번이다. 이 중 헬륨은 가볍고 폭발성이 없어 기구나 비행선을 띄우는 기체로 흔히 쓰인다. 하지만 올해 어린이날에는 헬륨 풍선이 '귀하신 몸'이었다. 반도체산업에도 꼭 필요한 헬륨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헬륨 품귀현상은 수소차를 미래차로 육성하려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 물론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를 3대 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바람직하다. 다만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기에 대비해 온 중국에 비해 만시지탄이란 느낌도 든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또 다른 미래차인 전기차에 막대한 선도 투자를 해왔다.

전기차는 부품 구조가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다. 그래서 구글, 바이두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는 물론 청소기 전문업체 다이슨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면 수소차 제작에 소요되는 자동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도요타와 현대차 등 손꼽힐 정도다. 한국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모험을 할 만한 셈이다.

문제는 전기차든, 수소차든 전기를 먹고 달린다는 사실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수소차는 고압 수소탱크에 담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일으킨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하는 거리가 전기차에 비해 길지만, 수소를 만드는 데도 막대한 전력이 소요된다. 헬륨처럼 천연가스에서도 추출할 수 있으나 대량생산하려면 물을 전기분해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중국의 미래차 육성전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비친다. 전기차에 공을 들이면서 필요한 전력을 수십기의 차세대 원전으로 커버한다는 점에서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수소경제'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폭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할 로드맵은 매우 부실해 보인다. 이미 국제적 비교우위를 가진 원전은 포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삼으려는 재생에너지가 효율성도 환경성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탈원전이란 잘못 채운 첫단추를 바로잡아야 미래차도 씽씽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