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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액주주 항의 집회까지 부른 한전 적자

추세적 주가 하락에 반발
상장사로서 기본 지켜야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 공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서부발전 등 7개 전력 관련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119조1837억원에 이르렀다. 작년 말에 비해 6조5931억원 급증했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설비 보강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를 반영한 듯 2016년 8월 6만3600원까지 치솟았던 한전 주가는 요사이 2만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니 참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20일 오후부터 릴레이 항의 집회를 벌이려고 하는 게 아니겠나.

무리한 정부정책을 뒷감당하느라 공기업들이 속 골병 든 전례는 적잖다. 이명박정부 때도 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대강 개발과 서민용 보금자리 주택을 떠맡느라 큰 적자를 감수했었다. 그러나 한전은 공기업이자 상장사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총 주식의 51%를 갖고 있으나 외국인과 민간인도 각기 27%, 22%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가 기간시설인 전력망 확충이라는 공공성을 추구하되 주주이익도 무시해선 안 된다. '한전 주가 하락 피해'를 탄원하는 소액주주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한전 소액주주들의 이번 움직임은 지난 2011년 김쌍수 전 사장 사퇴파동과 기시감을 갖게 된다. 그는 당시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하자 결국 사퇴했다. 그때보다 지금 한전의 환부가 더 악성으로 곪아터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1조1700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적자를 내어서만이 아니다. 적자의 주원인이 탈원전임을 직시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헛발질만 하고 있으니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0년간 단 한 번도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인정한 한국 원전이다. 그런데도 전력당국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멀쩡하게 가동할 수 있는데도 정비 명목으로 원전 가동률을 떨어뜨렸다.
그러는 사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낮은 효율성으로 인해 대안이 되지 못하고 값싼 원전 전기를 포기한 만큼 고비용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대폭 늘려야 했다. 그 대가가 바로 한전 적자 누적이었다. 글로벌 우량기업을 정부의 불합리한 에너지 전환정책의 희생양으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정부와 한전이 탈원전 폭주를 속도조절하지 않는 한 적자의 누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