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손학규, 측근 '당직인선' 강행…바른정당계 "민주주의 농단"(종합)

손학규, 채이배·임재훈 등 주요 당직 인선 강행 회의에서 고성 오가며 바른정당계 즉각 반발 문병호-이준석, 유승민 대표 두고 설전하기도 유승민-안철수계 반격나설 듯…사퇴 압박도

손학규, 측근 '당직인선' 강행…바른정당계 "민주주의 농단"(종합)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유자비 김지은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0일 주요 당직에 측근 인사들의 임명을 강행하자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다시 정면충돌했다.

유승민-안철수계의 거듭되는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핵심 당직에 측근들을 임명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시금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비당권파는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설 태세여서 잠잠해지나 싶었던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에 임재훈 의원,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반대도 있었고 다시 협의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오늘만 아니라 지지난 회의 때도 협의했었다"며 "지난 금요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했고 오늘은 발표할 예정이라 안건에 올라갔다"고 배경을 밝혔다.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 구성원 9명 중 1명이다. 손 대표의 인사 강행으로 최고위원회는 당권파 4명(손학규·주승용·채이배·문병호)과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안철수계와 바른정당계 5명(오신환·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으로 진용이 꾸려지게 됐다.

손학규, 측근 '당직인선' 강행…바른정당계 "민주주의 농단"(종합)
(출처=뉴시스/NEWSIS)

이날 회의에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날치기 통과"라고 강력 반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임명 안건이 올라간 데 대해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정 현안을 대응하는 자리다. 임명권을 떠나서라도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라며 "오늘 긴급하게 아침에 갑자기 안건을 상정해 날치기 통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채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치닫게 된 계기인 강제 사보임의 당사자"라며 "손 대표는 더 이상 혼자 당을 운영하려 하지 말고 민주적으로 운영해 달라"고 강조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일요일에 채이배 비서실장이 전화가 왔다. 제가 이것은 통보지 협의가 아니라고 했다. 협의하고 통보하고 어떻게 차이가 있나"라며 "협의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부터 정해야 한다. 이 부분을 최고위에서 의결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를 손 대표가 "당헌에 없는 안건 상정은 안 한다"고 거부하자 그는 "손 대표 혼자 안건을 다 제안하고 안건에 대한 통보도 하고 혼자 최고위원회를 하시면 되지, 저희가 무슨 필요가 있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상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당직 임명 사례들을 거론하며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관례와 민주적인 당 운영 절차를 다 파괴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와 방식으로 당을 망치고 있다"라며 "노욕에 사로잡혀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농단하는 손학규 대표는 당장 사퇴하는 게 옳다"라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문병호 최고위원과 바른정당계 이준석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대표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최고위원은 유 전 대표를 겨냥,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공식 당대표는 아니지만 창당 주역이고 얼굴"이라며 "불참은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 당 반쪽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평가 절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개헌에 미온적이란 느낌을 줄 수 있다. 우리 당이 자한당과 궤를 같이하는 보수 정당이고 내년 총선에서 보수대통합에 참여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즉각 이 최고위원은 "당장 SNS에도 넋을 기리는 아주 잘 쓰인 글이 올라와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비난을 하는지 알 수 없다"라며 "당내 주축 3명 중 1명이 유승민 대표라면 그런 인신공격은 자제해 달라"고 맞받아쳤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 측 인사들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임헌경 전 사무부총장은 "창원 지원 유세에 오셔서 술 드시고 지원유세하고 하니까 당 지지율이 나오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최고위원은 "술 먹고 지원 유세한 적이 없고 당원들 요청으로 회식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손학규, 측근 '당직인선' 강행…바른정당계 "민주주의 농단"(종합)
(출처=뉴시스/NEWSIS)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회의 중 손 대표가 인사를 강행하려하자 집단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 대표가 정상적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소위 말하는 손 대표와 손 대표 분신이 임명한 사람 외에는 누가 남는지 알고 싶다. 집단지도체제에서 혼자가 됐다는 것은 지금 방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신환 원내대표도 교감한 사실이란 점을 알리며 "당 대표가 정상적으로 직무수행을 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적법한 절차로 시도한 뒤 다시 한 번 모여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abiu@newsis.com, whynot8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