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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권 막말, 유권자는 지긋지긋하다

여야 정치권의 막말이 갈수록 태산이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지난주 한 방송에서 '한센병'을 들먹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전날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내려가려는 황교안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공격한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피차 "(경제가 나빠졌는데도) 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거나, "황 대표가 5·18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등 그럴싸한 이유를 대긴 했다. 하지만 어느 한 진영에 속하지 않는 국민이 보기엔 용렬한 감정싸움일 뿐이다.

정치판에서 거친 막말이 기승을 부리면 민주적 토론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가 막말 향연에 앞장서는 꼴이니 딱한 노릇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사이버 공간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달창'이라는 말을 써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여야의 험구 경쟁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오십보 백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때 한국당을 겨냥해 "도둑놈들"이라고 도발한 '전과'가 있어서다.

상대를 배제하는 대결 정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는 건 단견이다. 여권이 선거제 등 신속처리안건을 일방 지정한 이후 한국당이 장외집회에 나서자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었다. 하지만 막말 공방으로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여론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자기 지지층이 결집하면 상대 진영의 결속도도 높아지는 추이는 드러난 셈이다.

물론 개별 유권자들이 선동적 발언에 휘둘리거나, 지역주의에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총합으로서 국민은 언제나 현명한 심판을 내렸음을 역대 선거 결과가 말해준다.
이번에도 다수 국민들은 최저임금제 개선안과 추경안 등 현안에 대한 토론 과정을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게다. 그렇다면 여야는 이제부터라도 품격 있는 언행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20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막말을 동원한 네거티브 대결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