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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퇴직연금 손질하려는 민주당, 기대가 크다

자본시장 특위가 앞장.. 당 차원에서 밀어주길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퇴직연금을 손질하기로 했다. 최운열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20일 "연내 디폴트 옵션과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을 위한 입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를 간신히 넘겼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낮다. 190조원(2018년 말 기준)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사실상 구석에 처박힌 셈이다. 이제라도 손을 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대신해서 나온 제도다. 2005년에 제정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 근거 법률이다. 그로부터 15년가량 지났지만 퇴직연금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사업장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예전 퇴직금 제도를 고수한다. 연금제로 바꾼 기업에서도 아직 일시금 수령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전엔 노후보장 소득으로 퇴직금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기초연금도 있고, 국민연금도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개인연금도 든다. 이른바 '3층 노후보장 체계'에서 기초·국민연금이 1층이라면 퇴직(기업)연금은 2층, 개인연금은 3층이다. 글로벌 저금리 추세를 고려할 때 수백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것은 너무 아깝다.

민주당 자본시장 특위가 낸 제안은 요컨대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굴리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다달이 보험료를 내지만 운용은 기금운용위원회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일임한다.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은 퇴직연금보다 월등히 높다. 반면 퇴직연금은 개별 가입자가 지시한 대로만 자금을 굴리고 있다. 규모도 작고 운용 범위도 좁아 구조적으로 고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렵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이런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컨대 여러 회사가 퇴직연금을 모아 자산운용사에 맡기면 된다. 또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를 실시하면 가입자 성향을 파악한 뒤 전문가가 알아서 굴려준다.

다만 퇴직금을 채권·주식에 투자하다보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려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 금융위기 때 그런 일이 있었다.
퇴직연금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수익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노조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올 1월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와 첫 간담회를 가졌다. 퇴직연금 혁신을 추진하는 자본시장특위, 특히 경영학자 출신인 최운열 위원장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