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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합의 걷어찬 르노삼성 노조, 어쩌려고 이러나

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1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에서 반대 51.8%, 찬성 47.8%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노사 양측이 11개월 만에 어렵게 도출해낸 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의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르노삼성차 노사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표결 무산으로 르노삼성차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공산이 커졌다. 노사 양측은 합의안을 다시 마련하는 재협상 절차에 돌입하겠지만 이번 결과는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성격이 강해 향후 노사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신차 물량 확보를 포함한 모든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르노삼성차는 당장 오는 9월 닛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 위탁생산을 종료한다. 사측이 총력을 기울였던 차세대 크로스오버차량 'XM3' 수출물량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 공장 가동중단(셧다운) 같은 극단적 조치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은 '카마겟돈(자동차산업 대혼돈)'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차 노조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지난 20일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전 세계 직원 7000여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GM도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공장 7곳을 폐쇄하는 계획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차량공유 확산 등으로 미래 자동차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에서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3%에서 2030년 4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점에 노사대립은 함께 죽는 길"이라는 현대차 노조의 현실 인식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나무보다 숲을 먼저 봐야 한다.
노사 양측은 무엇보다 회사의 생존과 혁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무너진 판매실적과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흐트러진 회사 분위기도 하루빨리 일신해야 한다. 노사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르노삼성차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