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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게임중독 질병 분류, 성장산업 맥 끊기면 안돼

K콘텐츠 산업 대표주자 연착륙 위해 유예기간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에 포함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28일 전체회의를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개정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게임학회 및 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의 국내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차후 국내 도입 반대운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게임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해묵은 논쟁거리다. 의견은 크게 의료계와 게임업계로 갈린다. 의료계는 게임중독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꾸준히 거론해왔다. WHO가 이번에 게임중독을 ICD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중독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게임이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WHO의 이번 결정은 성장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 내 엇갈린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권고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산업에 대한 극단적 규제책으로만 작용할 뿐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WHO의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향후 3년간 11조원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산업은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산업과 영화산업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콘텐츠산업의 대표주자다. WHO의 결정은 강제사항이 아닌 만큼 적절한 유예기간을 통해 게임업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