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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중 통화전쟁 조짐,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을 무역전쟁의 새 무기로 꺼내 들었다.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자국통화 절하 국가들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통화보조금을 미국 상무부가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미국산업이 피해를 입은 경우 그만큼 관세를 물리는 것을 말한다. 통화가치 하락을 보조금으로 보고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상계관세 추진은 '화웨이 때리기'에 이은 대중압박 제2탄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재무부에서 독자적 환율감시 장치를 가동해왔다. 해마다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작성하는 환율보고서다. 이를 통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무차별 무역보복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지정된 사례가 없다. 중국과 한국은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있다. 당장 무역보복을 가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그동안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줄이는 데 이렇다 할 무기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은 상무부의 상계관세를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상계관세 부과요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재무부가 적용하는 기준은 무역흑자 비중, 대미 무역흑자 비중, 외환시장 일방향 개입 비중 등 3가지다. 상무부는 무역보복 조치를 더 쉽게 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기준을 더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에게도 파편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한국과 일본·독일·스위스·인도 등에도 상계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 재무부에 의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다. 미국의 목표물은 중국이지만 한국도 그 사정권에 들어갈 위험이 다분하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원화 환율은 지난주 달러당 1195원까지 치솟았다. 원화값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