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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인보사 퇴출, 바이오 꿈은 흔들리지 않길

황우석 사태가 반면교사
시행착오 꾸준히 견뎌야

바이오 신약 인보사케이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2년 전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약의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급락했다. 소액주주들과 환자들은 소송을 벼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두 달간 꼼꼼하게 조사했다. 미국 현지 실사도 다녀왔다. 허가취소 결정은 바이오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다. 코오롱은 생명을 다루는 기업답지 않게 허술했다. 약의 핵심 성분이 바뀐 걸 몰랐어도 문제, 알고도 모른 체했다면 더 문제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2년 전 "인보사는 네번째 자식과 다름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코오롱그룹의 대주주다. 이번 사태를 모른 척해선 안 된다.

인보사 사태는 최악의 시기에 터졌다. 바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비전 선포식에서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 전시 부스를 둘러보면서 "성공의 예감, 대박의 예감이 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식약처는 스스로 내린 허가(2017년 7월)를 취소했다. 그것도 대상이 국내 바이오 신약 1호인 인보사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보사 사태와 바이오 육성전략을 별개로 다뤄야 한다고 믿는다. 2000년대 중반에 터진 황우석 사태가 반면교사다. 당시 논문조작 파문으로 한국 생명과학 연구가 크게 뒷걸음질쳤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신약 개발은 10년, 20년씩 걸리는 힘든 작업이다. 인보사는 19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시각을 달리하면 인보사 사례는 입에 쓴 보약이다. 실패도 자산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친 뒤라야 비로소 바이오 신약 강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인 이정동 교수(서울대)는 베스트셀러 '축적의 길'에서 개념설계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설계역량은 곧 원천기술이다. 신약이 대표적이다.
이 능력은 단박에 오지 않는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신약 개발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내심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