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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돼지열병, 남북 방역 협력 서두르길

중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OIE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인접한 북한 자강도 우시군의 한 협동농장에서 폐사한 돼지 77마리를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 ASF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휴전선을 넘어 국내 전파 시 양돈농가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가축질병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생한 뒤 몽골과 베트남, 홍콩 등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예방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고 하니 자못 엄중한 사태다. 전문가들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중국에서만 약 1억300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될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이로 인해 세계 육류시장이 들썩거리려는 마당에 돼지열병이 국내로까지 번진다면 서민들의 생계에도 큰 주름이 잡히게 된다. ASF 발생국가에서 사육·제조한 돼지고기나 그 가공품에 대한 검역에 주력하는 데 머물러선 곤란하다.

정부도 북한 내 발병 사실을 주목하는 것 같다. 이낙연 총리의 지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1일 파주시와 철원군 등 접경지역 10개 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해 축산관련 차량 소독 등 방역을 강화 중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돼지열병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 3건을 게재했다. 발병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지만 '나쁜 뉴스'는 늘 쉬쉬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례적이었다. 어찌 보면 근본적인 방역역량 부족을 간접 시인한 셈이다.


만일 ASF 발병농장 봉쇄 등 북측의 초보적 수준의 대처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방역의 큰 둑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 더욱이 ASF는 야생 멧돼지나 감염된 돼지 사체를 먹은 조류를 통해서도 전염된다고 한다. 대북 식량지원 방안을 강구 중인 정부가 그보다 더 큰 의지를 갖고 남북 방역협력을 서두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