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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밥그릇 싸움’ 건설노조 파업 명분 없다

소형 크레인 사용금지 요구
남의 밥그릇은 뺏어도 되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조가 4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양대 노총은 파업 하루 전인 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7% 인상, 하계휴가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조건 완화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에 대해서는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 건설노조가 동시파업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파업으로 전국 건설 현장에서 가동 중인 타워크레인 2500여대가 일제히 멈춰섰다. 이는 현장에 투입된 전체 타워크레인의 70~80%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전국 공사현장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노조의 반발과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대체근로자로 비노조원을 투입하는 등 노조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파업은 표면적으로는 임단협 형태를 띠고 있지만 속내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양대 노조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비노조원이 지상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이다.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대형에 비해 안전사고 발생률이 현저히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노조가 '밥그릇 챙기기'의 명분으로 안전을 내세우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전국 건설현장이 건설노조의 횡포에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각 건설현장에서 서로 "우리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노노갈등을 빚었다.
실제로 2000여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현장에선 이들이 한 달 넘게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한동안 공사가 올스톱되기도 했다. 이러던 양대 노총이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문제를 거론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니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내놓은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로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과거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가 지금처럼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몰돼 '갑질'에 가까운 횡포를 멈추지 않는다면 곧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