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환경 도그마에 갇혀 제철소 문 닫을 건가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며 내린 지방자치단체들의 조업정지 처분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만 듣고 지나친 조치를 취했다고 한국철강협회가 6일 항변하고 나섰다. 고로(용광로) 내부 잔류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영향은 미미하다면서다. 우리는 양쪽의 입장이 각기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을 통한 근거 없이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재갈을 물려서는 곤란하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격이 되어선 안 될 말이다.

고로정비 시 안전밸브(블리더) 개방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근거가 없진 않을 게다. 저감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개방했다면 위법 소지도 없지 않다. 다만 블리더 개방은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다. 업체들이 "현재 다른 기술이 없어 전 세계 제철소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항변한다. 해외 업체들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면책될 순 없지만, 현행 대기환경보전법도 화재나 폭발 등 사고를 막기 위한 경우 적용상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철강협회는 블리더 개방 시 잔류가스는 "중형 승용차가 하루 8시간씩 10여일 배출하는 양"이라고 설명한다. 이마저 배출하지 않는 게 더 나은 건 맞다. 하지만 미세먼지 총량에서 중국발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선 미미하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정작 탈원전으로 서해안에 밀집된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는 통에 미세먼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는 인상이라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과학적 팩트를 넘어 과도하게 폐해를 부각시켜 기업을 옥죌 일은 아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처럼 고로 1기가 열흘간 조업정지가 실행돼 최소 3개월 걸려 복구하기까지 8000여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충남도와 같은 취지로 전남도가 광양제철소에, 경북도가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을 통보했다니 사태는 자못 심각하다. 가뜩이나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적 불황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기 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중재에 나선 건 다행이다.
대기질 개선도 지향해야 할 목표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합리적 방법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게 옳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다른 경쟁국에 앞서 블리더 개방을 대체할 신기술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철강업계 노조조차 걱정하는 조업정지 등 극약처방은 자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