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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트럼프에 먼저 손 내민 속내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유는 셈법 안 맞았기 때문
포괄적 핵폐기와 단계적 비핵화 사이 간극
앞으로 조율을 시작하자는 의미일 수도

北김정은, 트럼프에 먼저 손 내민 속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모은다. 북미는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2월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바 있다. 이번 친서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앞으로 북미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재개한다면, 보다 철저히 실무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해 조의와 조화를 전달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미는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식 핵폐기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에서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강대강 대치를 이뤄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는 이런 가운데 전해졌다. 북한이 미국을 만족시킬만한 대안을 준비했기 때문에 먼저 손짓 한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옵션 시나리오를 통해 비핵화 수준과 깊이, 넓이 등을 놓고 북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비핵화 정국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 자신이 설정한 연말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재선 가도를 달려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채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속내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정진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영변 이상의 것을 얻길 바라고, 여기서 물러서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만약 미국이 요구를 들어 준다면 제재 완화의 폭도 더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율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대북제재 완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3차 북미회담 재개를 필요한 만큼 대화의지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북미간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의 타이머를 앞당기려는 생각도 있어보인다.

박 교수는 이어 "핵과 미사일을 이미 완성한 북한이 그 대신 친서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 카드를 놓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대로 되려면 실무자나 특사들 간 사전협의가 충분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