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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1년전 정상 약속" 언급하며 실무회담 제안…北, 호응할까

美국무부 "영속적인 평화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 바라"
北, '톱다운' 방식 선호…실무회담 반기지 않을 듯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1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북미 정상간 합의 이행을 거론하며 북한과 실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나온 제안에 대해 북한이 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국무부는 북한과 실무 차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으며 그럴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영속적인 평화(lasting peace)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1년 전 북미 정상들이 한 약속을 진전시킬 방법에 대해 북한 측 대화 상대들과 계속해서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 차원에서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과 진행 중인 대화에 대해 이 자리에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밝은 경제적 미래를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하기보다는 6.12 합의 이행을 언급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점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셈법을 바꾸라"고 주장하면서 6.12합의 이행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시점이 지난 10일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뜻을 담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알다시피 나는 어제 김 위원장으로부터 정말 멋진 친서를 받았다. 그리고 난 우리가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재차 언급했다 .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북한과 매우 잘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린 데이비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친서 공개에 대해 "(김 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친서 외교가 재개되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셉 다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미 양측의 요구사항에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면서 “곧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내부정비에 주력했던 북한이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또 미국 조야에선 더 이상 '톱다운'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 방식을 놓고도 양측 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실무회담 제안이기 때문에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이 그렇게 환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강도 높은 비핵화 요구를 고의로 하지 않은 것이라면, 일부 유연성을 보여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재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건 대표가 12일 뉴욕을 방문 중이라고 확인하면서, 유엔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전문가들과 외국 파트너들을 만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 내역을 담은 보고서와 항의서한을 유엔에 제출했으며 서한에는 미국, 한국, 일본, 영국 등 26개국이 서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은 서한에서 북한이 지난해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연간 한도 50만 배럴의 7배가 넘는 양의 석유를 수입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3일 '굴종은 오만성을 더욱 키울 뿐이다'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겉으로는 대화를 제창하면서 뒤로는 정치·경제·군사적 압박을 가해왔다고 비난하면서 "불미스러운 현 사태의 중심에는 미국이 서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