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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화웨이 딜레마,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지지한다

LG화학이 13일 중국 토종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지리는 중국계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크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4위의 강자다. 자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 기업들을 빼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세계 최고를 다툰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뚫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작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LG화학의 고육책이다.

미·중 통상마찰 속에서 LG화학 사례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미 LG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LG유플러스가 쓰는 5G 통신장비 가운데 일부가 중국 화웨이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은 지리자동차의 손을 잡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그것이 기업, 나아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정부라면 이 같은 기업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미·중 두 나라는 한국을 상대로 제각기 자기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기업이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3일 외교부 당국자는 "5G 통신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군사통신 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같은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지지한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다만 '기업 자율'이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 일부 나라는 전문 인증기관을 통해 화웨이 통신장비의 안전성을 테스트했다. 우리도 말로만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면 좋겠다. 그래야 미국을 상대하든 중국을 상대하든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화웨이 대열에 일부 균열이 엿보인다. 일본 파나소닉과 도시바는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자국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유럽연합(EU)은 화웨이가 최선은 아닐지라도 기업의 자율 선택을 막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단기적으론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때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3개월 휴전에 합의했다. 비록 후속협상이 실패로 끝났지만, 오사카 회담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통상마찰의 분수령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