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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 수세 몰린 시진핑..방북 카드로 반전 노린다[시진핑 20일 방북]

대미외교 돌파구 찾나
북미대화 매파 역할로 G20때 미중회담 노려
北비핵화 이슈 무기로 무역협상 최악 피할 듯

무역전 수세 몰린 시진핑..방북 카드로 반전 노린다[시진핑 20일 방북]
자료사진 뉴스1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의 전격 방북 카드는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현재까지 주요 의제는 무역분쟁 해소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양보조건이 매우 높아 정상회담이 마련되더라도 중국의 협상 입지는 좁다. 방북 카드는 수세에 몰린 시 주석의 입지를 넓혀 줄 묘안이다.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 중국이 중재로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대만 및 홍콩 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북·중 간 밀월관계라는 설명이다.

■대미외교 돌파구되나

미·중 간 갈등은 무역분쟁 외에 외교적 사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우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난항에 빠진 가운데 시 주석이 방북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되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비핵화문제를 논의해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나설 매파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수세에 몰렸던 중국의 역할론이 부각될 수 있다. 무역 분쟁 문제로 한정될 경우 입지가 좁은 중국으로선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 문제도 중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200만명에 달하는 홍콩 시위로 체제 위협을 느끼는 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홍콩 문제가 공론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이번 회의에서 홍콩 일국양제 문제와 인권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할 태세다.

그러나 시 주석이 방북을 통해 북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경우 홍콩 및 대만 이슈를 희석시킬 수 있다.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방북 카드를 꺼낸 주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북한도 중재자인 중국을 명분삼아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기대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무역협상 지렛대 효과는

북한 카드는 미·중 정상 간 무역협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는 데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일단 미국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의 큰 진전이 쉽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G20 무대'의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관련,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합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G20은 2500쪽짜리 합의문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로스 장관은 이어 그러면서 "결국에는 중국과 무역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존에 발표한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일시적으로 보류했던 추가 관세도 기꺼이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그 자리에서 구체적 합의와 이행방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후 무역협상에 양국이 적극 나서자는 수준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압박에 대한 강경노선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이 북한 카드는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 주제만 테이블에 놓고 협상을 벌일 경우 중국의 입지가 매우 좁지만 북한 이슈와 맞물릴 경우 무역협상에서 최소한 선방을 할 수 있어서다.

한편 미국은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중국을 포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공동 목표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 비핵화에 중국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