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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북 D-1…주목받는 中의 北-美협상 중재자 역할

시진핑 방북 D-1…주목받는 中의 北-美협상 중재자 역할
© News1 DB


中 국가주석, 14년만 방북…"북미대화 교착 속 '중재자' 역할 모색"
북미 대화 살리는 차원에서 우리측에 긍정적…中역할 고착화는 우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방문한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14년만에 방북하게 되면서 북미 협상에서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 처음 북핵 위기가 터진 이후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Δ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Δ한반도 비핵화 Δ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원칙을 견지해왔다.

시진핑 주석은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도 "조선반도문제의 정치적해결 과정을 추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두 나라의 발전상 요구와 두 나라 인민들의 공동리익에 부합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국측은 조선측이 조선반도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옳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하여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 3원칙에 따라 과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 회담 때는 주최국으로서 주변국 간의 대화를 견인했고,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에서 군사옵션이 거론됐을 때엔 미국의 대북 제재 대오에 동참함으로써 압박 형태로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의 방북 요청을 수락하고도 수개월 간 뜸을 들였던 시 주석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방북을 결정하게 된 것은 하노의 회담 결렬 이후 위축된 북한이 대화 노선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한편 북미 협상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8일 '시진핑 방북의 배경과 관점 포인트' 보고서에서 "중국이 북미대화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병광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고 싶었을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또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면 중국으로서는 중국 책임론이나 북미대화의 훼방꾼이라는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북측이 현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미 간 협상 중재자 자리는 중국이 사실상 꿰찬 셈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는 여러 차례 북미 간 외교를 되살렸지만, 현재 혹은 향후 유사한 임무를 수행할 능력은 의심을 받고 있다"며 북한은 남측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워싱턴을 설득할 수 없거나 설득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중재자 역할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견인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측에 긍정적 측면이 분명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이번 방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남측의 역할이 약화된 가운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고착되는 것은 향후 평화프로세스 진전과 남북 경협 추진 등에서 우리 측에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이동률 동아시아연구원(EAI)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지난달 EAI 논평에서 "중국은 북미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동시에 협상이 급진전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혹은 한반도의 현상변경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