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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정상외교 국면 속 엇갈리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망

연쇄 정상외교 국면 속 엇갈리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망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2019.06.20.© News1 DB


북중·미중·한중·한미 이어져…남북 정상회담만 '미정'
북중 회담 직후 개최 가능성도 슬며시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비핵화 협상 당사국 간 정상외교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의 시점을 두고도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북한과 중국의 평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약 열흘 간의 숨 가쁜 외교전이 시작됐다. 21일 북중 정상회담 일정이 끝나면 오는 28일 개막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G20이 끝난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열흘 간의 '비핵화' 정상외교 일정이 한반도에서 시작해 한반도에서 끝나는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북중 대 한미의 구도로 비핵화 협상 국면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흥미로운 정치 일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후 처음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5번의 정상회담 중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 전환의 분기점에서 한국을 방문한다.

이 같은 외교 일정에서 빠진 하나의 퍼즐이 남북 정상회담이다. 정부는 그간 한미 정상회담 전, 6월 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북측에 공개적으로 수 차례 제안했으나 가부 여부가 아직 공식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길어진 남북 대화 교착과 바쁜 정상외교 일정상 남북 정상이 6월 중에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시한은 이제 딱 일주일이다.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몇 가지 시그널은 있다. 정부는 전날인 19일 5만 톤의 대북 쌀 지원을 확정했다. 비록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이지만 9년 만에 우리 식량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으로,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수용 의사를 확인했다는 것은 남북 교착의 해소를 전망케 하는 요인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의 6월 중 개최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그간 정부 고위 당국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언론과 접촉해 남북 물밑 접촉은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문 대통령이 최고위급 당국 회담인 남북 정상 간 만남에 대해 '물리적으로 가능'이라는 외교상 잘 쓰지 않는 표현을 꺼낸 것은 남북이 치밀하게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음은 물론 북측이 아직 이에 대한 확정을 내리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이도 회담을 개최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한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북중 정상회담 직후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중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비핵화 협상 국면의 재편을 향해 가는 북한의 입장에서 최근 '미국 편'으로 비난하고 있는 남측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한미 정상의 비핵화 협상 관련 태도 변화 여부를 확인한 뒤 남북 정상 간 만남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6월 정상회담이 무산되더라도 남북 정상의 만남이 무기한 연기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에 대해 연말까지 태도 변화를 요구한 북한이 연말에 '우리는 할 일을 다 했다'라며 다른 당사국을 비난할 수 있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한 번은 남북 정상회담에 임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한편으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전할 의미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경우 남북 정상회담의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 달라"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이후 한미 정상은 지난 4월에 만나 대북 관련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손에 북측에 전달하지 못한 메시지가 아직 들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