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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경색 풀려는 文정부 시도를 주목한다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 외교부는 19일 이를 위해 한·일 청구권협정 3조 1항에 근거한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배상판결 이후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를 감안해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일본 정부가 이날 곧바로 불가 입장을 냈지만, 앞으로 양국 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

문재인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징용 배상 해법은 역대 정부도 고심한 사안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한·일 양국 기업 등 3자가 참여하는 기금안을 주장했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 문제가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완강함을 감안해 찾은 우회로였다. 2005년 노무현정부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었다. 지난해 징용 판결 이후 현 정부도 한·일 기업 공동 기금안을 검토한 배경이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손놓고 있는 동안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곧 열린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도 불발될 조짐이 보일 정도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이 방안이 거론되자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일축했었다. 하지만 이후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음양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실질적 배상을 받는 길이 열린 것도 아니었다. 우리로선 꿩도 놓치고 매도 잃는 격이었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제안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이미 한·일 양국 법원에서 정반대로 엇갈리는 판결이 나온 터다.
양측이 '법대로'를 고집해선 징용 갈등이 풀릴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줄소송과 상호 보복조치로 양국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너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번에 피해자들의 반발 가능성을 무릅쓰고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다. 아베 정부도 이를 토대로 진전된 타협안을 제시해 한·일 관계 복원에 대승적으로 화답하길 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