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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북일회담, 일본의 대북지원 선행돼야 가능"

"김정은, 시진핑에 북미 '중개자' 역할 기대"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20일 일본의 대북지원이 선행돼야 북일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AFP·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이날 '일본 외국특파원협회' 회원사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관심이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인도적 지원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을 통해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김 위원장 또한 회담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선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대미협상에서 시 주석에게 '중개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이날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전할 '새로운 제안'을 설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달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大坂)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시 주석 방문을 통해 새로운 (대미) 접근법을 찾고자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거론했던 핵시설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당시 대북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영변 외 핵시설까지 포함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엔 5개의 핵시설이 있다"며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시설 1~2개만 없애려 하기에 내가 '다른 3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북미 양측이 이른바 '5개 핵시설 폐기'에 대한 합의에 이르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이미 만들어놓은 핵미사일은 적어도 수년 간 더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결국 모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제기된 북한의 실무협상팀의 처형·숙청설에 대해선 "일부는 '혁명화 교육'을 받았을 수 있지만, 사형된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회담 실패의)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완전히 떠넘긴다면 김정은에 대한 신뢰와 리더십도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태 전 공사는 이날 회견에서 "김정은 정권이 향후 20년 내에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붕괴 원인은 외세의 개입이나 쿠데타보다는 북한 내 세대 교체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탈북한 태 전 공사는 "내가 20~30년 더 살 수 있다면 그땐 고향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일본어판 발매에 따라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