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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의전으로 '지원군' 中 예우한 김정은 위원장

전례 없는 의전으로 '지원군' 中 예우한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간의 북한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한 지난 20일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서 영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환호하는 아이들에게 박수치고 있다. (CCTV 화면 캡쳐)2019.6.20/뉴스1


전례 없는 의전으로 '지원군' 中 예우한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한 뒤 무대로 내려오고 있다.(CCTV 캡쳐) 2019.6.21/뉴스1


두 번의 환영 행사, 새 영빈관…맞춤형 집단 체조까지
北, 비핵화 협상 재개 앞두고 지원군 확보 완료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1일 끝난 1박 2일의 북중 정상회담 기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의 의전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선보인 북한의 의전은 향후 김 위원장 시대 북한의 정상외교 의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 시 주석의 도착 때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평양 시민들도 공항에 나와 시 주석 내외를 맞았는데 동원된 시민들의 규모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보다 컸다. 중국 매체들은 공항에만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나와 환영식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당 대 당 교류 때 선보이는 양식으로 추정되는 두 정상의 대규모 초상화도 공항에 내걸렸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당 고위 간부들도 총출동해 시 주석 내외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단 제1부부장도 간부들 사이에 도열했다.

정상 방문 때 최고의 예우를 뜻하는 21발의 예포를 뒤로 하고 공항을 떠난 두 정상은 평양 시내로 이동하며 십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의 구호로 환영을 받았다. 역시 시 주석의 도착을 맞아 동원된 평양 시민들이었다.

이때까지는 문 대통령의 방북 등 전례에 비해 규모가 큰 수준의 의전으로 볼 수 있었다.

시 주석에 대한 차별화되고 각별한 예우는 김일성, 김정일 두 선대 수령의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태양궁전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또 한 번의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마련했다. 대규모 군무 등의 공연이 진행됐다.

북한이 외국의 정상에게 두 번의 입국 환영 행사를 제공한 것과 백두혈통의 상징적 공간인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연 것 모두 처음이었다.

선대 때부터 이어진 북중 수교 70년이라는 의미와 비핵화 협상의 우군으로서 등판한 중국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의 입국 환영 행사를 마친 시 주석은 숙소이자 회담장으로 사용된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여기서 바로 회담을 갖고 비핵화 협상 국면과 북중 수교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금수산 영빈관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외빈 숙소이자 회담장이다. 북한은 그간 최고위급 국빈에게 백화원 영빈관을 제공해 왔다.

금수산 영빈관은 새로 조성된 곳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북한이 새로 조성한 최고위급 외빈용 숙소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셈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이곳이 금수산태양궁전 맞은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보도한 시 주석의 환영 행사 영상을 보면 금수산태양궁전 환영식 후 행렬이 다리를 건너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다리는 금수산태양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합장강에 놓인 곳으로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길목이다. 금수산 영빈관이 백화원 영빈관 경내에 새로 설치됐거나 그 인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정상은 저녁에는 북한의 대집단 체조인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했다. 북한은 올해 대집단 체조 공연의 이름을 '인민의 나라'로 정했는데 시 주석을 위한 특별공연을 새로 마련한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인민의 나라 공연 내용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이를 수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0일부터 중단된 공연이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재개된 셈이기도 하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대집단 체조의 주요 양식이기도 한 대규모 카드 섹션에 시 주석의 얼굴이 등장하기도 했다. 시 주석에 대한 '맞춤형 공연'이 펼쳐진 셈이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귀국날인 이날 오전 '북중 우의탑'을 참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대한 참관은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유일하게 공식 발표된 일정으로 또 한 번의 상징적 행사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비핵화 협상에 있어 가장 확실하고 '센'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대한 북한의 만족감은 시 주석에 대한 의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 주석 역시 집권 후 첫 방북을 통해 북한을 안고 비핵화 협상판에 본격 나서게 됐다. 시 주석은 내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 등판의 '첫 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