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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中, 대미협상서 '北 카드' 사용 신중해야"

전문가들 "中, 대미협상서 '北 카드' 사용 신중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CCTV 캡쳐) 2019.6.21/뉴스1


SCMP "시진핑 '북한 돕겠다' 발언에 상황 복잡해져"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중국 정부가 대미(對美) 관계에서 북한을 '협상 카드'로 쓴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한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을 돕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 때문에 한반도 상황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당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북한이 체제 안전과 발전에 관한 합리적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북한 비핵화 관련 협상에 적극 관여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도 SCMP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한 약속은 '미국에 맞서 북한과 연대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은 '비핵화 문제'를 이용해 주한미군 철수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지난 20~21일 이틀 간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SCMP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 때문에 북중 관계가 한때 멀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북한이 경제개발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양측 관계 또한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 역시 북한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칭화(淸華)대 카네기 국제정책센터의 자오퉁(趙通) 연구원도 "북한은 생존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겠지만, 중국·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의심과 반발은 더 커질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제재 해제는 무역·안보 등 미국과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장롄구이 교수도 "북한 비핵화는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며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 한다면 어떤 전략적 이점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두 정상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