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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협상 재개?…비건, 방한때 北 접촉 주목

북미 비핵화협상 재개?…비건, 방한때 北 접촉 주목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북미 비핵화협상 재개?…비건, 방한때 北 접촉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전날(21일) 금수산영빈관 장미원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 뉴스1


비건, 25,26일쯤 방한 예정…판문점에서 北측 접촉 전망
金, 트럼프 서한에 "정치적 판단·남다른 용기 사의 표한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북미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에 빠져 있던 북미 대화가 곧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25일이나 26일쯤 방한한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8~2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 이후 방한할 때까지 한국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긴 일정인데다 최근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지 수일 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일(23일) "(김정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방식에 대한 새 제안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을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전망과 관련, "오늘 아침 북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매우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이런 논의에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당장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비건 대표가 방한 중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럴 경우 양측이 절충점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또 이번 방한에서 한반도 정세평가를 공유하고, 비핵화 등 대북의제를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한국 측과 사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고, 지난 20~21일에는 평양을 찾은 시진핑 중국과 국가주석과 만나며 외교 다변화 행보를 보였다. 이달 초엔 중러 정상회담도 열렸다. 또 오는 28~2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 간 양자 회담에 이어진다.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는 뚜렷해지고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예상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북미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고 조만간 회담이 열린다기보다는 북미 양측이 상대의 양보를 바라며 서로 추켜세워 주는 것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교수는 "지금 북한의 선택은 북미도 북중도 러시아나 국제기구 접근도 어느 한쪽에 올인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최대한 미국을 통한 플랜A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 밝힌) ‘새로운 길’인 플랜B를 준비해 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란 비핵화 방식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 등에 합의한다면 '스몰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북한이 이에 대해 동의할지는 미지수이다.

아울러 미국 조야에선 북미 간 더 이상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며, 실무협상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회담으로 규정한다면, 협상 방식을 놓고도 양측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워싱턴의 한 행사 기조연설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했다는 일반적인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는 (오히려) 북미 간 지속적인 실무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3일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용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공세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북중 두 나라의 대미 공동전선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