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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경제사령탑, 홍남기 원톱으로 가라

김수현·윤종원 문책성 교체
경제실패 책임 靑에 물은 격
부총리 허세로 만들면 안돼

[염주영 칼럼]경제사령탑, 홍남기 원톱으로 가라
청와대가 지난 주말 경제라인을 교체했다. 이 인사는 수긍이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도 져야 한다'는 원칙에서 보면 머리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그럼 부총리는 뭐지?'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고개를 젓게 된다. 부총리는 실권이 없어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한꺼번에 바꾸는 강수를 뒀다. 청와대는 경질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빠른 시일 안에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졌다. 고용부진으로 시작된 경기악화 흐름은 수출·투자의 동반 감소로 확산됐고, 올 1·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0.4%)으로까지 이어졌다. 성과 도출에 목말라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실적부진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풍토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 책임을 정책실장이 지는 시스템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그를 경제분야 최고 책임자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부총리가 해야 할 경제사령탑 역할을 그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야전군 사령관을 제치고 참모에게 전투의 지휘권을 맡기는 것과 같아서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부총리 위상이 흔들렸다. 경제팀 1기인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경제투톱으로 불렸다. 한 배에 사공이 두 명이었다. 경제팀이 한목소리를 내도 난국을 헤쳐가기 쉽지 않은데 투톱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냈다. 투톱 체제는 성공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1년반 만인 지난해 11월 투톱을 동시에 교체했다. 특히 예산국회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바꾸는 모험을 했다. 투톱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홍남기 현 부총리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경제팀 2기로 내세웠다. 김 전 실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투톱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임자들의 투톱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 7개월 동안 언론이나 관가에서 투톱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현 원톱이란 말이 나왔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이후 두 차례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문정부 출범 초기에는 부동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 등의 국정과제 설계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홍 부총리는 실세 정책실장에 막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정부에는 엄연히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있다.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는 경제관료들도 부총리 산하에 있다. 경제사령탑의 역할은 이들을 잘 지휘해서 성과를 도출하는 일이다. 그 일은 경제부총리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부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사령탑은 홍 부총리 원톱으로 가야 한다.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때의 책임도 부총리에게 묻는 것이 정상이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고 말했다. 이 말이 허언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