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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상조 실장, 혁신성장 전도사가 돼라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왜 김상조가 실장으로 가면 기업 기가 꺾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이 우려하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공정거래위원장 이임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김 실장의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대 법안에 대한 123쪽짜리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8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상법, 공정거래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고용보험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을 말한다. 하나같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각각의 법은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법, 법무부는 상법 개정에 집착한다. 김 실장 본인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애착이 크다. 김 실장의 말대로 기업의 기를 꺾지 않으려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대폭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김 실장은 평생 재벌의 문제점을 파헤쳐 명성을 얻은 학자다. 문재인정부에선 J노믹스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공정경제를 이끌어 왔다. 체질적으로 그는 친기업이 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경제학자로서 김 실장이 가진 합리성에 기대를 건다. 재야에 있을 때 김 실장은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인터넷은행에 진취적 견해를 보였다.

마침 김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와 소득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혁신과 함께 가야 한다. 노동시장 연구로 2010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영국 런던정경대)는 "일자리가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된다는 것이다.
국내 택시산업 정책을 보면 우린 거꾸로 간다. 지난해 여름 문재인 대통령은 19세기 영국의 붉은깃발법 사례를 언급하며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 뒤 혁신전략은 택시 갈등에 발목이 잡혔다. 김 실장이 시원하게 그 돌파구를 뚫어주길 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