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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제2 윤창호법

'위드마크 공식'. 운전자가 사고 전 섭취한 술의 종류와 음주량, 체중, 성별을 조사해 사고 당시 주취상태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창안자인 독일인의 이름을 딴 이 공식을 경찰이 1996년 6월 음주 뺑소니 운전자 처벌을 위해 도입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체중 60㎏ 남성이 자정까지 19도짜리 소주 2병(720mL)을 마시고 7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41%가 된다. 종전 기준이라면 이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도 훈방됐다고 봐야 한다. 여태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면허정지, 0.1% 이상이라야 취소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더는 설 땅이 없게 됐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한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25일부터 시행되면서다. 0.03%는 보통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나 측정되는 수치다. 술을 입에 댔다면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취지다. 지난해 말 '윤창호법' 통과 뒤에도 음주사고가 끊이지 않자 기준을 더 강화한 것이다.

고귀한 생명을 비용으로만 환산할 순 없다. 다만 '술 권하는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9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2013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도 있었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보상 및 부상자 치료에 드는 비용이 이 중에서 대종을 차지한단다. 더욱이 검사를 꿈꾸던 전도양양한 청년 윤창호의 비극을 되돌아 보자. 그는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횡단보도에서 새벽에 변을 당했지만. 당시 가해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81%였다. 음주 후 시간이 경과했는지 모르나 작취미성(昨醉未惺)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제2 윤창호법'의 단속기준이나 사고 시 양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시각은 이제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됐다. 특히 동양인은 평균적으로 서양인, 흑인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다는 의학적 소견도 있다. 차제에 서양에서 만든 잣대인 '위드마크 공식'을 더 엄격히 적용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