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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이버 데이터센터, 지자체 경쟁에 붙여보라

기업이 공정하게 선발
정치권은 참견 말아야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던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건립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최근 전국의 수십개 지방자치단체가 네이버에 유치 희망의사를 밝히면서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브콜'을 보내온 지자체는 10여곳에 달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유치 신청서를 낸 곳은 없지만 경기 수원·파주·의정부, 경북 포항, 전북 군산, 인천 등이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난색을 표명했던 경기 용인시도 지역 내 다른 곳을 대체 부지로 선정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네이버는 제로베이스에서 건립 후보지를 다시 찾겠다는 입장이다. 강원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13만2230㎡(4만평) 규모의 두번째 데이터센터를 용인 공세동에 지을 계획이었지만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로 건립 계획을 철회했었다. 춘천 데이터센터의 약 2.5배에 달하는 제2 데이터센터는 건립비용만 5400억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경기 활성화는 물론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과 연관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첫 건립 후보지였던 용인시는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찬 격이다.

사실 기업 유치는 지자체 입장에선 생사가 달린 문제다. 보잉,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의 본사나 공장이 있었던 미국 시애틀이 좋은 사례다. '보잉의 도시'로 알려졌던 시애틀은 1970년대 불황을 겪으면서 보잉이 흔들리자 스타벅스라는 새로운 기업을 통해 위기를 넘어섰다. 또 지난 2001년 보잉이 본사를 시카고로 옮긴 뒤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본사를 유치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아마존 유치 이후 시애틀은 5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직간접 투자가 380억달러 늘어나는 등 기업유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다수의 지자체가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네이버는 공정한 룰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립 후보지를 선정하고, 해당 지자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기업과 지자체가 윈윈할 수 있도록 여건만 조성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