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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고전하는 현대차, 동남아에 새 생산기지 구축 '큰그림' [현대차 인도네시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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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연 자동차 판매량 100만대로 베트남의 3배 넘어
베이징1공장 유휴설비 옮겨..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 등 기대


중국서 고전하는 현대차, 동남아에 새 생산기지 구축 '큰그림' [현대차 인도네시아 진출]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1공장 핵심설비 인도네시아 이전계획은 글로벌 생산기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가동이 중단된 베이징1공장의 유휴설비들을 인도네시아 신규 생산기지에 투입할 경우 글로벌 생산기지 전반의 과잉설비 해소는 물론 고정비용 절감, 생산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현대차의 행보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베이징1공장 핵심설비 이전

24일 인도네시아 물류업체 및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현대차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공장 추진 태스크포스(TF) 및 인니 물류업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지 물류환경과 통관절차, 시장상황 등을 긴밀히 논의했다. 이어 중순에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세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중국 설비의 인도네시아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이 가속화 됐다.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1공장 유휴설비들을 인도네시아로 들여오기 위해 자문을 한 현지 물류업체는 3~4곳에 이른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국가 간 대규모 설비 수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현지 사정에도 밝지 않아 현지 물류업체들의 지원이 절실해서다. 여러 곳에서 조언을 받은 만큼 조만간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로 이전되는 중국 베이징1공장의 중고설비 리스트에는 설비별 수입가능 여부, 수입규제사항, 부가가치세(10%), 선납법인세(2.5%) 등 통관에 필요한 세부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가져가는 설비는 파워트레인뿐이다.

다만 현대차의 생산설비 이전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이 마무리된 후 현지 무역부의 쿼터 허가승인, 중국 정부의 선적승인이 모두 떨어져야 시작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공장설비 수출 승인이 두달 넘게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니 생산거점 구축 가시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주행 중 바퀴에 전달되는 힘과 토크 등을 기록하는 '휠하중변환기(WFT)' 4개 등 도로주행 테스트 장비를 지난 4월 말 인도네시아로 반출한 후 지난 4일 국내로 반입했다. 약 한달간 인도네시아의 도로조건 등 주행환경을 테스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는 현대차 한국 직원과 현지 직원들로 구성된 연락사무소가 꾸려졌다. 특히 한국의 현대차 공장추진 TF에서는 컴퓨터, 작업복, 공구, 사무용품, 자동차 워셔액 등 사무실 및 공장 가동에 필요한 부자재의 안정적 현지 조달을 위해 인도네시아 물류업체들에 업체 추천을 요청했다.

현지에서 거론되는 현대차 공장 후보지는 두곳이다. 자카르타에서 40여㎞ 떨어진 베카시의 '델타마스 공단'과 수방의 '빠팀반' 지역이다. 델타마스 공단은 이미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입주해 인프라 활용 면에서 현대차에 최적의 공장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 빠팀반은 신항만 건설이 예정돼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대차에 적극 권유하는 곳이다. 다만 신항만 완공시기를 예단하기 어렵고, 아직은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아 물류 및 공장 설립에 리스크가 높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델타마스 공단에 기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현지 물류업체에 요청한 운송계획은 자카르타 항구에서 델타마스 공단까지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동남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이면서 임금 수준은 낮아서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100만여대로 베트남 약 30만대의 3배가 넘는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 제조업 근로자의 한달 임금은 최대 40만~50만원 선으로 중국 베이징 근로자 한달 평균임금 약 16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