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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판문점 北美 만남' 막전막후…김정은의 생각은?

트럼프 先 제의에 호응하는 방식…협상 재개 앞두고 '간 보기'
3차 정상회담 논의 개시로 北美 협상 추동력 상승…변수는 여전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에 전격 응한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 있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판문점 만남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날 오전까지도 두 정상의 만남을 위한 실무협상을 치열하게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점은 이번 만남이 정치적 이벤트로만 비치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노리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행보를 기획했다는 부정적 분석과 여론을 김 위원장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실무협상에서는 미국 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북한 측의 집요한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에 즉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로 화답한 북한이 담화에서 추가적인 '공식 제의'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북한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만남을 즉흥적 이벤트가 아니라 양측의 정식 외교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열린 회동에 앞서 "사실 난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의향을 표현한데 대해 놀랐고, 정식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시점이 김 위원장이 정식 만남 제안을 인지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최 제1부상의 담화 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앞세워 즉각 실무협상에 임한 것은 북한의 입장으로 봤을 때 이번 만남에 응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른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이 연말까지로 제기한 미국의 태도 변화 시한에 일단 호응해 나온 것으로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화 중단 상황을 무기한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파격적인 만남을 제안한 것을 '호재'로 삼았을 수도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동에서 이번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발언을 주고받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를 개시할 것임을 공표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의 가시적 증거는 일단 이날 회동에서 표출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헤어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2~3주간 실무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주도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협상팀을 이끌 것이라고 발언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인 지난 4월에 이어 지난주 두 번의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게 협상 실무팀 교체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날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북측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실무협상'이 지난 2월에 이은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협상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이는 만큼 북한도 일단 대화 흐름에 다시 올라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 여부다. 지난 2월 정상회담의 안건이었던 '비핵화 구체적 조치-대북 제재 완화'가 결렬됐던 만큼 의제의 변화를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또 지난 북중 정상회담 이후 급격하게 재부각되기 시작한 중국의 향후 행보도 여전히 변수다.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 판에 본격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난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승리'로 끝난 것이 향후 중국의 한반도 문제 관여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행보는 그대로 북한의 셈법에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초대형 이벤트를 기획한 이유도 역할론이 부각된 중국을 일부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회동 이후 중국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