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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악화일로 한·일 갈등, 국익을 먼저 보라

결국 두나라 모두가 패자
즉시 외교채널 가동하길

일본이 이웃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제조용 3개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길을 막았다.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역사·외교적 마찰의 불똥이 끝내 경제로 튀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했다. 하지만 앞으론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식으로 수출을 어렵게 할 방침이다. 사실상의 금수조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금지되는 조치"라며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WTO 제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로서는 WTO 제소 등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WTO 제소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WTO 제소에서 효력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원칙적 대응과 함께 정치적 타협점을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이들 제품을 수입해오던 국내 기업이다. 이들 제품의 주요 수입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다. 일부 품목은 국내에서도 생산되지만 품질에 큰 차이가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국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일본이 이들 제품의 70~90%를 생산하는 등 사실상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단기적으로는 절차상의 불편함이 발생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이번 조치가 장기화할 땐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도 이번 조치가 자국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해온 일본이 '통상의 룰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한국 기업의 '탈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특수하다. 역사의 잣대를 들이대면 단 한발짝도 나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줄곧 역사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을 경제와 분리해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독도를 둘러싼 대립이 통화스와프 협정 종료로 이어진 것이 반면교사다.
협정 종료는 두 나라에 다 손해다. 한국은 비상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엔화라는 안전자산, 일본은 한국에 대한 외교상 지렛대를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통화스와프 사례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