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근로자들조차 "최저임금 함부로 올리지 마라"

근로자의 37%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희망했다. 5% 미만의 최소 인상을 희망한 비율도 31%나 됐다. 근로자 68%가 동결 또는 인상률 5% 미만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소주성특위)가 4일 발표한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다.

소주성특위는 근로자 500명,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내년에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당사자인 근로자들조차도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결을 희망하는 근로자 비율이 대규모 사업장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저소득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것이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근로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2년간 29%나 올렸다. 노동계는 올해도 19.8% 인상(시급 1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노동계의 이같은 요구는 근거를 잃게 됐다.

정부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왜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실직당하거나 주당 근무시간이 줄어 오히려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박기성(성신여대)·김용민 교수(국민대)가 발표한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 보고서는 주목해볼 만하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 2년간 취업자수가 33만명 늘었다. 그러나 이를 근로시간 기준(주당 36시간 근로를 취업자 1명으로 계산)으로 환산하면 22만7000명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혜택보다 피해가 더 컸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팽팽히 맞서 있다. 그러나 내년만큼은 동결하거나 동결에 가깝게 인상률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그것이 최저임금 당사자인 근로자 다수의 의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