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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委 공익위원 노사에 사실상 한자릿수 인상률 제안

1차 수정안 놓고 노사 충돌하며 논의 진전 안돼
노동계는 한자릿수(9%) , 사용자엔 동결 이상 권고
공익위원 "권고일 뿐 심의촉진구간 아니야"재차 강조
경영계 삭감안 고수할 땐 노동계 회의 불참 가능성도
 

최저임금委 공익위원 노사에 사실상 한자릿수 인상률 제안
뉴시스 제공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노사에 한자릿수 인상률의 수정안을 다시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0년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1차 수정안으로 올해(8350원) 대비 14.6% 인상한 9570원(월 환산액 200만130원)을, 사용자위원들은 2.0% 삭감한 8185원(월 환산액 171만665원)을 각각 제시했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인 1만원에 비해 430원 하향 조정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수정안을 제시한 이유로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201만4955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월 200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이 내놓은 수정안은 최초요구안보다 185원 올린 금액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사용자 위원은 전년대비 2% 감액을 내놓은 배경으로 "올해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 10.9% 중 협상배려분 1.2%와,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인상효과 감소폭 감안분 1.0%는 납득하기 힘든 인상 근거이므로 이를 삭감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삭감 입장을 고수한데 대해 "노동자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최근 2년간 급격한 인상과 지금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철회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막판에는 사용자위원 수정안이 최소 동결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들은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지면서 공익위원들의 권고안을 전달했다. 근로자위원에는 한자리수(9%) 안쪽, 사용자는 동결 이상안 들고와야 논의가 활성화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공익위원 제안에 대해 노사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산입범위를 양보하고 1차 수정안에서 양보했는데 또 양보하란 소리냐"라고 반발하고, 사용자위원들은 "그 이상 안을 가지고 올 것이면 들어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항의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공익위원들의 권고에 대해 대화 돌파구 차원으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공익위원들의 생각이 완전히 같지않지만 대체로 이런 정도의 분위기로 논의가 모이고 있다고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삭감은 사회 분위기상 받아들이기 어렵고, 노동계가 내놓은 두자릿수 인상은 현재 경제 상황으로 봤을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게 공익위원들의 전반적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원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최종 결정은 노사 양측이 직접 격차를 좁혀 절충안을 찾는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고 더 이상 좁혀지지 않으면 그때 방법을 생각한다"며 "그게 마치 소위 촉진구간이처럼 비춰졌는데 지금처럼 노사 양측이 간극이 심할 때는 촉진구간을 내놓을 수 없을 뿐더러 현재는 촉진구간을 제시할 생각이 전혀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사 양측의 주장이 반복되는 가운데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함에 따라 성과 없이 회의가 마무리 됐다.

박준식 위원장은 “1차 수정안을 낸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서로의 입장에 서서 고민해 보고 차기회의에서는 보다 좀 더 진전된 안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4시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논의를 재개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