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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재산업 육성, 정치권만 분발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 30개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소재 대한 수출규제 대책을 논의하면서다. 문 대통령이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단시일 내에 철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장기적 대응 방향을 제시한 형국이다.

우리는 긴 호흡의 대책도 강구해야겠지만, 한국 경제에 떨어진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대표기업들이 비명을 삼키고 있어서다. 어차피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갈등이 사태를 촉발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반도체용 핵심소재 재고가 간당간당해지기 전에 국민 재산권 보호 책무가 있는 정부가 대일외교 담판에 나서는 게 옳다.

급한 불을 끄는 게 먼저지만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다변화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이날 기업 측도 화학분야에 강한 러시아·독일 등과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없더라도 핵심소재 국산화나 수입처 다각화는 절실한 과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이게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기술의 한·일 비대칭은 양국 간 노벨화학상 '0대 8'이라는 수치로 확인된다. '주식회사 일본'의 기초과학 100년 내공을 가리키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이런 한·일 격차 해소에 전력투구할 때다.
10일 국회 산자위 풍경은 그래서 한심했다. 우원식 의원이 "(국내 소재·장비 기업에는 거의 지원을 안 하면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자 정부 측이 대기업들이 부품·소재 산업을 키우지 않아 일본의 수출규제가 가능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부품산업의 인수합병을 막는 등 온갖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묶은 정치권이 할 소리인가. 정부도, 국회도 핵심소재를 국산화하려면 금융과 산업안전 및 환경 분야의 불필요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업계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