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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위원 "경제 어렵다" 공감… 2020년 1만원 공약 백지화 [내년 최저임금 8590원]

인상률 10.9%서 1년만에 확 꺾여.. 추가 속도조절 조치 나올지도 주목
노동계 반발… 투쟁 강화할 듯

노사 위원 "경제 어렵다" 공감… 2020년 1만원 공약 백지화 [내년 최저임금 8590원]
노사 위원 "경제 어렵다" 공감… 2020년 1만원 공약 백지화 [내년 최저임금 8590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로 결정됐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현실화됐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떨어뜨린 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률을 급격히 낮추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 강도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자릿수로 주저앉은 인상률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전원회의에서 노사 제시안을 표결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의결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올해(10.9%)보다 8.03%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5% 미만으로 급격히 꺾인 것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된 데다 악화되고 있는 고용지표 등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3년 연속 급격한 인상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실제 고용지표 둔화 원인 중 하나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부각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결정된 것에 대해 "어려운 경제여건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승순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용자들이 외환위기 때는 금융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실물경제가 굉장히 어렵다고 얘기한다"며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많은 점도 (인상률 결정에) 많이 작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2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중위임금의 60% 수준까지 왔다"며 "이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의 상승률이 3%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결과가 '속도조절'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인상률이 낮다고만 볼 것이 아니다. 지난 3년간 인상률 평균은 9.9%이기 때문에 추세를 더해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예전엔 (최저임금이) 야구공이라면 지금은 '농구공' 수준으로 덩어리가 커졌다. 농구공에서 1~2%가 야구공에서 7~8%보다 효가가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2020년 1만원 공약' 사실상 무산

최저임금 인상률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1만원 공약'도 깨졌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9.8%여야 한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한자릿수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일찌감치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언론과의 대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그때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속도조절 의사를 내비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주체의 부담능력, 시장의 수용 측면이 반영돼야 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도 최초안으로 1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최종 표결안으로 8800원을 제시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추가적 속도조절 조치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소상공인업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2명은 줄기차게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을 요구해 왔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 내에서 가능하지만 규모별 차등적용은 법개정을 해야 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