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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참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도 싹 바꾸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12일 새벽까지 계속된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을 표결에 부쳐 15대 11(기권 1)로 사용자안을 채택했다. 최저임금위 의결사항을 토대로 오는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확정·고시하면 최종 고시된 최저임금이 내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경영계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였다"면서도 "국민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에 대해 이른 시일 내 재논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참사'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깎아내리면서 "경제공항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면서 이의제기를 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어려운 경제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면서 "직면한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박 위원장의 인식에 공감한다. 다만 이번 최저임금위 심의 초기 거론됐던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는 다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기업과 편의점의 지불능력이 같을 순 없지 않으냐는 소상공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본은 업종별은 물론이고 지역별로도 차등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는 연령별로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다시 해봐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이 갈등과 반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행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그러나 아직도 국회에 막혀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