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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환율전쟁 도발?…"강달러 포기" 선언 나올수도

트럼프 환율전쟁 도발?…"강달러 포기" 선언 나올수도
WASHINGTON, July 15, 2019 (Xinhua) --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the 3rd annual Made in America product showcas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the United States, July 15, 2019. Donald Trump ordered Monday that only products with more than 55 percent made in the United States may be considered "made in America," eyeing to raise the bar to 75 percent in the future. (Xinhua/Ting She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환율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설마설마했던 무역전쟁을 실행에 옮긴 전력도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거듭된 '강달러' 비판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 유도는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줄곧 미국의 기본정책이었던 '강달러' 정책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전망이다. 그러나 달러 약세는 결국 다른 나라들의 보복을 불러 전세계가 환율전쟁에 빠질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 주목하는 미국
15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들어 미국의 환율전쟁 가능성에 대한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주된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다. 트럼프는 3일 트윗에서 중국과 유럽이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대응'하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뒤로 물러 앉아 공손하게 지켜보는 인형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대응'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유로를 폭락시키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항한 경쟁을 불공정하게 쉽게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재무부 역시 달러 고평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도 시장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의 달러 고평가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서는 달러가 10%정도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고, 전세계 맥도널드 햄버거 가격을 비교해 각국 통화가치에 대한 직관을 제공하는 빅맥지수에서도 달러는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고평가됐다.

BMO 캐피털마켓츠의 유럽 외환전략 책임자 스티븐 갤로는 "트럼프가 적절한 지적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경제의 나홀로 성장,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완화를 동원한 성장정책, 미국 우선주의, 전세계 기축통화라는 달러의 지위가 달러지수를 2016년 중반 이후 끌어올린 뒤 고공비행을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 갤로는 "달러가 먹이사슬 정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전쟁, 단기적으로는 패착
미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무역전쟁 경우처럼 언제든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 이슈로 투자자들을 놀래켰다는 점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시장에 개입하면 가장 가능성 높은 방안은 구두개입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시작한 '강달러 정책'을 포기한다고만 선언하면 그것만으로도 달러 하락을 촉발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BoA 메릴린치의 외환전략가 벤 랜덜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우리는 더 강한 달러가 아닌 안정된 달러를 원한다고만 선언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재무부는 이미 '강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시장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원이 절실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쓸 수 있는 '환율안정기금(ESF)' 규모는 약 2200억달러 수준으로 레버리지를 동원할 경우 상당수 헤지펀드들에도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슈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의 시장개입은 연준으 지지 없이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슈워스에 따르면 외환시장 규모는 미국이 시장에 마지막으로 개입했던 1995년 당시에 비해 5배 가까이 커져 하루 거래규모가 5조달러에 육박한다. 시장을 좌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엉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고평가된 달러를 끌어내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수입물가를 높이고, 이에따라 미 가계와 기업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미 경제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애슈워스는 "어떤 인위적 시장개입을 통한 것이건 달러 약세는 단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개입으로 다른 나라들도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시장개입은 '역효과'만 부른다면서 이는 서로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낮추려는 환율전쟁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무역전쟁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세계 경제에 환율전쟁까지 덮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이지만 트럼프의 전력을 감안할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