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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속출하는 악재, 한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성장률 낮추고 금리는 내려
한·일 마찰은 엎친데 덮친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연 1.75%였던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졌다. 이는 역대 최저금리(1.25%)보다 불과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낮췄다.

한은이 미국 연준(Fed)에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준도 빠르면 이달 말 금리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한은은 지금까지 연준의 금리정책 향방을 확인하고 뒤따라가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연준의 결정을 보고 8월쯤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예상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한발 먼저 움직였다. 이는 최근의 우리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한은이 빠르게 악화하는 경제상황에 맞춰 선제적 경기부양에 나선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나 낮춘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 변화를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여건 변화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을 말한다. 정부와 한은은 당초 미·중 무역전쟁이 하반기에 타협의 실마리를 찾고, 반도체 값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까지 가세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이 조치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다음달에는 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부도 이달 초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내렸다. 그러나 이는 한은의 수정전망치보다 0.2~0.3%포인트가 높다. 정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해외 전망기관들은 이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1.8%(모간스탠리)~2.1%(골드만삭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객관적 상황이 총체적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불확실성 요인이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장기투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은은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서 경기급락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문제 조기수습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국회도 추경을 속히 처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