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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갈등 해법, 14년 전 참여정부를 돌아보자

보름 전 시작된 한·일 경제보복 갈등이 분수령에 섰다. 일본이 요청한 제3국 중재위 구성에 우리가 18일까지 응하지 않으면 일본은 추가 보복에 나설 태세다. 두 나라가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다. 불똥이 튄 기업들은 항의도 못한 채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한국은행은 18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3%포인트 낮췄다. 자칫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일 통상마찰은 사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풀 실마리로 2005년 해법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이해 노무현정부는 한일기본조약 체결(1965년) 40주년을 맞아 한일회담 관련 일체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이때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도 만들었다. 공동위원장은 이해찬 총리와 이용훈 변호사(후임 양삼승 변호사)가 맡았다.

민관공동위는 2005년 8월 26일 논의 결과를 내놨다. 당시 국무조정실 보도자료를 보면 위원회는 한·일 청구권 협정의 효력 범위와 정부대책 등을 다뤘다. 논의 결과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일본군 위안부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둘째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셋째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원대책은 2010년 제정·시행된 강제동원조사지원특별법으로 이어진다.

민관공동위의 결론은 우리 스스로 내린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들과 달리 봤다. 과거사 바로잡기에 적극적이던 참여정부가 이런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깊은 고뇌가 있었다고 본다.
문재인정부는 정서적으로나 인적 구성으로나 노무현정부에 뿌리가 닿는다. 이해찬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로 민관공동위 공동위원장이었다. 문재인정부가 냉철하게 14년 전 노무현정부의 선택을 되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