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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술 탈일본, 정부는 규제 풀고 기업은 포기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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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책을 다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가전 협력업체들에 '일본산 소재·부품 재고를 최소 90일분 이상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했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의 조달처를 찾기 위해서다.

정부와 산업계가 일본산 소재·부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분업 체계를 한국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저변에는 과거사 문제를 빌미 삼아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하나는 빠른 외교적 타협으로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재·부품의 탈일본화다. 외교적 타협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이와는 별개로 소재·부품의 탈일본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번에 일본이 '잘 듣는 약'이라고 판단할 경우 소재·부품 수출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려면 국산화를 하거나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대체 수입선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일본 아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것도 문제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면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근원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소재·부품 국산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2011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2012년 구미공단 불산 유출사고를 계기로 화평법과 화관법이 강화됐다. 이는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안전관리는 강화해야 하지만 과잉규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연구개발(R&D)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연구실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연구직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몇 달씩 밤낮 없이 근무한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폭넓게 허용하기 바란다. 기업들도 소재·부품을 일본에 의존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도 포기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