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밤(한국시간)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에서 열린 디오픈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몰아쳐 4타차 단독 선두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잡은 셰인 라우리. /사진=뉴시스
그야말로 꿩대신 닭이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148회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075만달러)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회가 68년만에 매킬로이의 고국인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파71·7344야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충격적인 컷오프를 당했다. 2라운드서 6언더파를 몰아쳤지만 첫날 8오버파 부진을 극복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홈팬들의 실망과 충격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기대치 않았던 '이웃사촌'셰인 라우리(32·아일랜드)가 매킬로이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꾸고 있어서다. 라우리는 20일밤(한국시간) 열린 대회 사흘째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3타를 쳤다. 중간합계 16언더파 197타를 기록한 라우리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를 4타차 2위(중간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라우리가 3라운드까지 기록한 스코어는 1996년 대회서 톰 레먼(미국)이 세운 디오픈 54홀 최소타를 1타 경신한 신기록이다. 라우리는 유럽프로골프투어 4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2015년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1승을 거두고 있다.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2016년 US오픈 준우승이다.
일단은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우승까지는 약점으로 지적된 마지막날 뒷심이 문제다. 라우리는 2016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할 당시에도 4타차의 다소 여유있는 리드를 안고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지막날 14번홀부터 3연속 보기를 범하는 등 76타를 친 끝에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준 바 있다.
라우리는 라운드를 마친 뒤 "이렇게 다시 메이저 우승 경쟁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여기까지 다시 오는 데 3년이 걸렸다. 2016년 US오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3년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은 그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으로도 엿볼 수 있었다. 라우리는 17번홀(파4) 티샷을 마친 뒤 캐디에게 "우리에게 아마 이런 날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마음껏 즐기자"고 했다. 마지막날에도 그런 여유를 가진다면 클라렛 저그는 라우리의 품에 안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J.B.홈스(미국)은 2타를 줄이는데 그쳐 단독 3위(중간합계 10언더파 203타)로 밀렸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는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4위(중간합계 9언더파 204타)에 자리했다. 켑카가 마지막날 7타차 열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2위와 3타차여서 골프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준우승 이상 성적을 거두는 진기록 수립은 기대할만하다. 켑카는 올해 PGA챔피언십에서는 우승,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는 준우승했다.
8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3명이 컷을 통과했다.
그 중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미즈노오픈 3위 자격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박상현(36·동아제약)이다. 박상현은 이날 3타를 줄여 공동 19위(중간합계 4언더파 209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안병훈(28·CJ대한통운)은 1타를 줄여 공동 23위(중간합계 3언더파 210타), 대회 출전은 물론 유럽땅을 처음으로 밟은 황인춘(45)도 1타를 줄여 공동 43위(중간합계 이븐파 213타)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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