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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日 경제보복은 규제 패러다임 바꿀 기회다

OECD, 네거티브 권고
샌드박스론 턱없이 부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에 규제완화를 권고하고 나섰다. OECD는 최근 내놓은 '2019년 구조개혁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002~2008년 연평균 3.7% 증가했지만 2012~2018년에는 2.5%로 떨어졌다"고 분석하면서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줄이고, 규제개혁 진척 상황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해결방안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적용, 대기업 진입장벽의 점진적 철폐 등을 제안했다.

OECD 보고서가 발표된 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회장은 제44회 제주포럼에서 "한국 사회에는 이른바 '규제 올가미'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규제 플랫폼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에는 마치 규제라는 장치가 사라지면 대혼란(Total Chaos)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러다보니 그간 입법 관행은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와 기업인의 인식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날 제주포럼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올해 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를 언급하며 "영국 재무장관에게 이를 설명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럼에 참가한 대다수 기업인은 경제부총리의 자화자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부 신기술의 사업화가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한상의가 이번 제주포럼에서 화두로 던진 규제개혁 요구를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박 회장은 "지난 1년반 동안 정부를 향해 기업 규제개혁을 외치고 다녔지만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주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아쉬워하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국형 규제'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경제보복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선진국형 규제란 OECD도 권고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이다. 정부가 규제의 끈을 꼭 틀어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규제하는 방식으로 일단 모든 걸 풀어주고 부작용은 차후에 치유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래야 성장둔화가 우려되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