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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베 정권, 선거 이겼다고 한·일 갈등 증폭 말라

일본 집권 자민당이 공명당과 함께 21일 치른 제25회 참의원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다만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범여권은 숙원인 개헌 발의선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다시 짜는 등 '우향우 노선'을 이어갈 동력은 확보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강화할 소지도 큰 셈이다. 이날 아베 총리가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한·일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 양국 기업들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 내부에서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제전문지 '다이아몬드'에 실린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단기적으로 자국 이익만 추구하면 언젠가 똑같이 당할 수 있다"(오사나이 아쓰시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적이 단적인 사례다. 아베 총리는 선거 승리에 취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의 도박을 자제하고 내부의 고언에 귀기울일 때다.

이럴수록 우리 정부도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참의원선거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해 교전권을 확보하는 개헌에 대한 일본 국민의 미지근한 반응이 확인됐다. 이 마당에 청와대까지 나서 '죽창가' 운운하며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건 하책이다. 아베 정부가 개헌 동력을 얻기 위해 반한 감정을 활용할 빌미를 줄 뿐이어서다. 22일 청와대가 "지금까지 외교적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고민정 대변인)이라고 절제된 반응을 보여 다행이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가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건 국제여론의 지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여권 일각의 태도는 허장성세로 비친다. 제3자인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2일자 사설에서 "일본은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추가조치를 하지 말며, 한국은 징용 문제와 관련한 중재에 동의해야 한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한·일 양국이 외교갈등은 어느 일방이 완승을 추구하는 한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