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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자유특구 지정보다 진짜 규제를 풀어야

정부가 24일 전국 7곳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강원 춘천·원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대구는 스마트 웰니스, 부산은 블록체인 등으로 골고루 나눴다. 장차 규제자유특구는 신산업 육성의 테스트베드(시험장)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58개를 풀기로 했다.

정부가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규제자유특구에서 수도권을 뺀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규제정책마저도 지역 균형발전의 하위변수로 다룬다. 하지만 벤처는 인재와 기술이 모인 클러스터에서 꽃을 피운다. 수도권을 쏙 뺀 규제자유특구가 앞으로 제 기능을 다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특구를 남발하는 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니다. 김대중정부는 2003년 인천, 부산·진해를 시작으로 경제자유구역(FEZ) 정책을 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을 빙 둘러 모두 8곳이 지정됐다. 특구는 희소성이 생명이다. 방방곡곡 특구를 두면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구역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공기업 지방 이전과 더불어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전국이 시끌벅적했다. 박근혜정부는 대기업을 앞세워 전국 19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문재인정부는 이 위에 규제자유특구 7곳을 더한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슨 특구, 무슨 도시, 무슨 센터를 짓겠다고 하지만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의 호소는 끊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부의 특구정책이 정치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실제 기업이 바라는 규제를 풀기보다는 지역을 순회하며 생색을 내는 데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특구도 좋다. 하지만 의료법을 개정하고 서비스산업기본법을 만들고 '타다'와 같은 신산업이 시장에 정착하도록 장벽을 허무는 게 더 급하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개발하고도 8년째 썩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구를 만든다고 이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첨단 화학물질 개발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관련 법과 규정을 바꿔야 혁신기술이 빛을 볼 수 있다. 특구 지정했으니 할 일 다했다고 정부가 손을 놓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