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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日 이어 美까지… 통상파고 대응책 시급하다

개도국 지위를 문제 삼아
中 겨냥했지만 불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내의 개발도상국 우대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얻어 무역혜택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한국 통상이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부터도 악재를 만났다. WTO의 개도국 우대는 관세율 감축, 특별예외품목 인정, 보조금 감축 등에서 개도국에 선진국보다 유리한 특혜를 주는 제도다. 개도국을 자유무역체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농업 분야에 한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WTO도 이를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뒤집어 개도국 특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일차적으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나라의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무역 점유율 0.5% 이상 등이다. 미국은 4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더라도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는 별 피해가 없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자유무역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문제는 농산물이다. 관세율·보조금 감축과 특별품목 인정 등에서 시장개방 부담이 커진다. 쌀을 예로 들면 특별품목으로 지정하면 513% 관세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품목이 되면 154%(감축률 70%)로 대폭 낮아진다.

미국의 주장은 곧 있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대중 엄포용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역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덤터기를 쓰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발사한 관세폭탄에 한국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개도국 지위가 영원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개도국 졸업에 대비한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관세율 감축에 대비한 국내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업보조금 문제 해결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