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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갈등에 총선 저울질하는 집권당의 민낯

싱크탱크 민주硏 보고서
선거 매달려 국익은 뒷전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산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월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보냈다. 내용 중에는 "우리 지지층뿐 아니라 스윙층에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한다"며 "(내년 4월)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란 대목이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다수"라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사와 수출규제로 불거진 경제위기를 민주당이 선거에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다. 산하 민주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양정철 원장이 이끌고 있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보고서 내용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치를 때 국내 언론은 아베의 한국 때리기를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봤다. 알고 보니 한국 집권당도 오십보 백보라는 게 드러났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그래서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이 모두 합작해 반일을 조장하고 이순신과 죽창, 의병을 운운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집권당이 총선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는 동안 기업들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31일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55% 넘게 줄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다. 게다가 일본은 8월 2일 각의에서 보복대상 품목을 대폭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취임한 양정철 원장은 며칠 전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찾아 "세계시장에서 1등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기업들이 슈퍼 애국자"라고 추켜세웠다.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당이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 보니 다 립서비스였던 모양이다.

민주연구원은 "충분한 내부검토 절차 없이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며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해명을 믿고 싶다. 사실 정당 싱크탱크가 총선전략을 짜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양 원장은 취임 때 "정권교체의 완성은 내년 총선 승리"라며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집권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니겠는가. 조만간 민주연구원이 제대로 된 대일전략 보고서를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