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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재계가 공동의 목소리를 모아달라

정치권 감정싸움 악화일로
기업들이 합리적 해법 내길

한·일 감정 싸움이 악화일로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성 부상은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국무회의 발언을 겨냥해 "품위 없는 말을 썼으며 비정상이다"라고 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차관급 인사가 상대국의 정상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며 "일본의 무도(無道)함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파장은 정치·외교에서 사회·경제·군사 등 다른 분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3일 일본 아이치현 지사는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전시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우익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미쓰비시일렉트릭을 비롯한 일본 자동차 부품 4개사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 92억원을 물리고, 미쓰비시일렉트릭 등 2개사는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리 정부와 군은 미뤄오던 독도 방어훈련을 이르면 이달 중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두 나라 정부가 냉각기를 갖기를 권한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뺐고, 한국 역시 일본에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상황을 여기서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두 나라는 그야말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한·일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기업이다. 하지만 두 나라 재계는 정치권의 위세에 눌려 제 목소리조차 못내고 있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한국 경제단체 5곳은 공동성명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속마음은 "한·일 호혜적 발전을 위해선 외교·안보 이슈가 민간 교류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문구에 있다고 믿는다.

일본 재계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파결이 나온 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경제단체 4곳은 "(이번 판결로) 한·일 관계가 손상될 수 있을 것으로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색국가 파문 과정에선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우리는 두 나라 재계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모으길 바란다. 가깝게는 8·15 광복절, 늦어도 10월 22일 일왕 즉위식 전에 의견이 나오는 게 좋다. 한·일 양국 정부는 응당 최대 피해자인 기업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