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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여권발 주52시간 속도조절론에 주목한다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주요 경제정책의 하나로 추진한 주52시간제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 정책 시행으로 오히려 역효과만 낳고 있다는 평가다. 또 탄력근로제 도입 등 정책보완을 위한 입법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재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을 중심으로 주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원욱 의원은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도입을 1년 이상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 2020년부터 주52시간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20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1년, 100인 이상 200인 미만은 2022년으로 도입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다.

우리는 주52시간제 속도조절이 현 상황을 고려한 매우 타당한 정책적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주52시간제는 경기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15%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추진된 정책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과 수출부진 등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해행위에 가깝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금처럼 엄격하게 주52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2020년 0.3%포인트, 2021년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적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런 경우였다. 주52시간제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감축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선 약 35만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9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일본 경제보복 대응책으로 연구개발(R&D) 분야 주52시간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차제에 주52시간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