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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탈도 많은 '분양가 상한제'…돌파해야 할 과제는?

집값급등·고분양가지역 '핀셋 규제' 예상…강남재건축 '타깃' 주택사업 위축·공급물량 감소·청약과열…새로운 시험대 올라

말도 탈도 많은 '분양가 상한제'…돌파해야 할 과제는?
뉴시스 DB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다시 꿈틀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사실상 마지막 칼을 빼든다.

지난해 초강력 규제인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주택시장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불씨를 당긴 도화선이 됐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 오르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을 보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 필요 없는 후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아껴온 카드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를 흔드는 국지적 과열이나 고(高)분양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방위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면서 정부의 정책적 일관성 유지 기조를 재차 증명하기 위한 포석이다.

주택시장에선 분양가 상한의 세부내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시장 수요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강도 높게 전면 시행할 것이라는 주장과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난을 고려한 선별적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주택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은 집값 급등 지역과 고분양가 지역 대상 '핀셋 규제'가 유력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인 ▲최근 1년간 분양가역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1 초과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등을 감안하면 적용 범위는 현 정부가 정한 조정대상지역을 비롯해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울 등 전국에 43곳이 지정돼 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741가구 가운데 5만2523가구(84%)가 몰려 있는 지방까지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것은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국회 관련 법률을 바꿔한다. 국회의 팽팽한 대치 국면 역시 만만치 않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고분양가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재건축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20~30% 가량 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주택사업 위축과 공급 물량 감소, 청약 과열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토지비와 건축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못하게 규제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는 토지비와 건축비로 나뉜다.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토지비는 감정평가액, 건축비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3.3㎡당 644만5000원)와 건설사의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시장가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면 사업성이 떨어져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22만9000가구에 달하던 민간주택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2008년 14만5000가구 ▲2009년 12만6000가구 ▲2010년 9만1000가구까지 줄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정부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행안에 ▲과도한 시세차익 환수 ▲전매 제한 강화·의무 거주 기간 강화 ▲차익 환수를 위한 채권 입찰제 시행 등 구체적인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분양가로 이른바 '로또 청약'에 따른 과도한 시세 차익을 얻지 않도록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공공 아파트 수준으로 늘리고, 의무 거주 기간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별다른 환수 장치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전매제한 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유력하다. 현재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전매제한 기간이 4년으로, 70% 이상이면 3년으로 못 박았다. 공공택지는 70% 미만 8년, 70% 이상 3~6년이다. 민간택지 역시 공공택지처럼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단순히 전매제한을 늘리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주변 시세의 반값에 분양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전매제한이 풀리자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적이 있다. 전매제한 강화와 함께 분양 아파트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를 의무화는 방안도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도입된 채권입찰제 시행도 유력하다.
분양가에 더해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하고, 채권을 많이 사면 우선 분양권을 주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골자는 '핀셋 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오름세가 뚜렷한 지역과 고분양가 지역을 선별해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 부동산까지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선별 시행 후 향후 주택시장에서의 변화에 따라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ky032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